누군가 내게 물었다. “하루 중 가장 고요하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순간은 언제야?”라고. 그 질문을 듣는 순간, 내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장면만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바로 내가 조용히 수조 앞에 앉아 우파루파가 잠들 준비를 하는 그 밤의 시간이었다. 온종일 분주하게 움직이던 나의 몸과 마음이 겨우 숨을 고르기 시작하는 그 순간, 수조의 조명 아래 느릿느릿 움직이던 작은 생명이 슬며시 멈추고 고요히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잔잔한 위로가 되어 다가온다. 처음에는 단지 귀엽고 특이한 생물이라는 호기심으로 키우게 되었지만, 이젠 내 하루의 끝과 시작을 함께하는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오늘 이 글을 통해 나는 우파루파와 함께하는 밤의 루틴을 나누고자 한다. 수면이라는 아주 일상적이지만 가장 감정적인 시간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가는지를 차분히 들려드리고 싶다.
1. 하루의 끝자락, 불을 끄기 전의 짧은 대화
밤 10시가 되면 자동으로 꺼지도록 설정해둔 수조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진다. 그 무렵이면 나는 자연스레 수조 앞 작은 의자에 앉는다. 처음엔 단순히 먹이를 주기 위한 시간이었고, 그다음엔 수조 상태를 점검하기 위한 루틴이었지만, 지금은 하루의 감정을 정리하는 내 나름의 의식이 되었다. 의자에 앉아 조용히 냉짱을 먹는 우파루파를 바라보는 그 짧은 몇 분간, 나는 마음속으로 그날 있었던 일들을 조용히 되짚는다. 어떤 날은 일로 지쳐 괜히 울컥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다행히 잘 마무리되어 감사한 마음을 품게 된다. 그 모든 감정들이 수조 속 그 아이 앞에선 고요히 가라앉는다. 우파루파는 조용히 나를 바라본다. 그 동그랗고 검은 눈동자는 세상의 어떤 말보다도 진중하고, 그 무표정 속에는 오히려 큰 위로가 담겨 있다. "오늘도 수고했어"라는 말을 듣지 않아도, 그저 존재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되는 것이다. 나는 그 눈을 마주 보며 마음속으로 오늘을 정리한다. 이 짧은 의식이, 내 하루의 가장 안정적인 마무리가 되었다.
2. 물결 위를 미끄러지듯, 조용히 잠드는 모습
우파루파는 우리가 흔히 아는 ‘자는 모습’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잠에 든다. 눈꺼풀이 없어 눈을 감지 못하는 우파루파는 잠자는 순간에도 늘 깨어 있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하지만 경험을 통해 나는 그 아이가 잠에 들었음을 알아챌 수 있게 되었다. 어느새 움직임이 멈추고, 바닥 모래 위에 몸을 살짝 붙이거나 수조 벽면에 기대듯이 떠 있는 모습은 명백히 휴식 중이라는 신호였다. 특히 조명이 꺼진 뒤 수조에 흘러드는 약한 실내등 빛 속에서, 그 아이가 고요히 떠 있는 모습은 마치 별빛 아래 떠 있는 작은 유영체처럼 아름답고 신비롭다. 어떤 날은 나뭇잎 모양의 인조 수초 사이에 살짝 몸을 숨긴 채 가만히 있고, 또 어떤 날은 수면 가까이에서 그저 멈춰 떠 있을 뿐이다. 그 모든 모습들이 내겐 하나의 감정 풍경처럼 느껴진다. 나는 자주 이 장면을 핸드폰으로 찍어두지만, 막상 그 사진들을 다시 들여다보면 사진 속 장면보다 훨씬 더 많은 감정이 그때 그 공간에 있었음을 느낀다. 빛과 물결, 그리고 움직임이 없는 정적 속에서 우파루파는 잠이 들고, 나 역시 그 모습을 지켜보며 조용히 하루를 정리하게 된다. 어쩌면 우리는 함께 잠드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육체적으로 침대에 누워 눈을 감지만, 내 감정은 먼저 그 수조 안 작은 세계 속에서 쉼을 시작하는 것이다.
3. 나의 감정도 함께 눕는 시간
사람들은 흔히 반려동물과의 교감은 말을 통한 상호작용이나 시각적 반응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우파루파와의 교감은 훨씬 더 섬세하고 조용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 아이는 말을 하지 않고, 특정한 감정을 눈에 띄게 드러내지도 않는다. 그저 조용히 물속에 머물며 자신의 리듬대로 하루를 산다. 하지만 나는 그 조용함 속에서 오히려 더 진한 감정의 흐름을 느낀다. 내가 힘든 날엔 왠지 더 자주 수면 위로 올라와 나를 바라보는 것 같고, 기쁜 날엔 수조 속에서 조금 더 활발하게 유영하며 분위기를 띄워주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과학적 근거는 없겠지만, 우리는 이미 말이 없어도 감정을 나누는 법을 서로 알고 있다고 믿는다. 밤이 깊어질수록 수조 속 물결은 점점 잦아들고, 나도 조명을 끈 채 그 아이가 떠 있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은 뒤 침대로 향한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으며 속삭인다. “잘 자, 냉짱아.” 이 말은 어쩌면 나 자신에게도 하는 인사일 것이다. 하루를 버텨낸 나에게, 그리고 묵묵히 곁을 지켜준 우파루파에게 보내는 따뜻한 작별 인사. 그렇게 우리는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고, 조용한 밤을 지나간다. 이 평온한 루틴이 언제까지나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오늘도 수조 앞에서 고요한 쉼을 배운다.
마무리
우파루파와 함께하는 취침 루틴은 단순히 생물과 인간의 생활 패턴의 일부가 아니다. 그것은 나의 감정이 정돈되고, 하루의 소란스러움이 잠잠해지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다.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그 밤의 짧은 순간 속에서, 나는 우파루파를 통해 평온을 배운다. 말없이 함께하는 존재가 주는 위로는 생각보다 크고 깊다. 이제는 그 아이의 조용한 잠드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하루 중 가장 따뜻한 시간이 되었다. 우리가 함께하는 이 밤의 루틴은, 작고 소박하지만 분명 나의 삶에 빛나는 감정의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