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단순히 기억력만 떨어지는 질환이 아닙니다. 감정조절, 판단력, 언어능력, 신체 기능까지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환자와 가족 모두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치매 치료는 약 복용 자체보다, 약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매약을 복용한다고 해서 무조건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며, 개인의 상태와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약물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의사에게 직접 처방받는 약물 외에도 보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영양제나 보충제를 적절히 활용하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치매약, 무조건 복용하면 좋은 걸까?
치매 치료에 가장 많이 쓰이는 약물은 크게 두 가지 계열로 나뉩니다. 하나는 콜린에스터라제 억제제(예: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이고, 다른 하나는 NMDA 수용체 길항제(예: 메만틴)입니다.
콜린에스터라제 억제제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감소하는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분해를 억제해 기억력과 집중력 유지에 도움을 줍니다. 반면 NMDA 길항제는 뇌의 과도한 자극을 억제하여 신경세포의 손상을 막는 역할을 하며, 주로 중등도 이상 치매에서 사용됩니다.
그러나 이 약들이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효과를 주는 것은 아닙니다. 약물 반응은 환자의 질환 진행정도, 동방 질환 (고혈압, 당뇨, 심혈관질환 등) , 그리고 체질과 약물대사 능력에 따라 달라집니다. 따라서, 의사의 처방을 따르되, 초기 몇 개월은 부작용 모니터링이 매우 중요합니다.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는 메스꺼움, 식욕 저하, 체중 감소, 어지럼증, 불면증 등이 있으며, 일부 고령자에게는 심박수 저하 같은 심장 관련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도네페질(아리셉트)의 경우 공복 복용 시 위장 장애가 발생할 수 있어 식후 복용이 권장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치매약은 대체로 저용량으로 시작해 서서히 증량하며, 보호자는 환자의 상태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약을 임의로 끊거나 복용 시간을 바꾸는 것은 금물이며, 부작용이 의심될 경우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합니다.
치매 환자에게 보조적으로 도움이 되는 약물과 영양제
의사의 직접적인 처방 외에도, 치매 환자에게 인지기능개선, 뇌 신경 보호, 혈액순환 촉진 등을 도와줄 수 있는 보조적인 약물이나 영양제가 존재합니다. 물론 이들은 치료제가 아닌 보조 수단이며, 복용 전 의료진의 조언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1. 은행잎 추출물 (EGb 761)
가장 대효적인 인지기능 보조제 입니다. 은행잎 추출물은 뇌혈류 개선, 산화 스트레스 감소, 신경세포 보호 등의 효과가 있어 인지기능 개선을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실제 의약품으로 인정받아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징코민’, ‘타나민’ 등의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단, 항응고제(와파린, 아스피린 등)와 함께 복용 시 출혈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2. 오메가-3 지방산
오메가-3는 DHA, EPA 성분이 염증을 억제하고 혈류를 개선하며, 뇌세포막을 안정화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특히 DHA는 뇌세포 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기억력 개선 및 뇌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하루 권장 섭취량은 1000~2000mg이며, 과도한 섭취는 출혈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3. 비타민 B군 복합제
비타민 B1, B6, B9(엽산), B12는 뇌신경의 에너지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B12 결핍은 노인층에서 흔하게 나타나며, 이로 인해 경도 인지장애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혈액검사를 통해 결핍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보충하면 좋습니다.
4. 비타민 D
비타민 D는 뼈 건강뿐 아니라 신경 보호 기능에도 관련되어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 D 수치가 낮은 고령층일수록 인지기능 저하나 치매 발병 위험이 더 높다는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햇빛을 적게 받는 환경에서는 식이 보충제로 비타민 D를 섭취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5. 레시틴(인지질 보충제)
레시틴은 신경전달물질의 원료인 콜린을 포함하고 있어 뇌세포의 기능 유지를 돕습니다. 뇌세포막 구성에도 관여하며, 신경세포 간 정보 전달을 원활하게 해 줄 수 있습니다. 기억력 감퇴를 예방하거나 보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 형태로 쉽게 구입할 수 있으며, 꾸준한 섭취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복용 전후, 보호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치매 치료는 환자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치매 치료에 있어 약물 복용은 필수적입니다. 약 복용의 전 과정에서 보호자의 관찰과 기록이 매우 중요하며, 작은 이상 반응이라도 의료진에게 바로 알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약 복용 이후 수면 패턴, 식사량, 기분 변화, 행동의 미세한 변화까지도 관찰 대상이 됩니다. 특히 환자가 약 복용을 거부하거나 기억하지 못할 경우, 복용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보호자의 역할은 치료 효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약물 외적인 치료(인지 훈련, 산책, 대화 등)도 병행하면 약효를 더욱 높일 수 있으며, 환자의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는 데에도 효과적입니다. 치매 환자는 자존감이 낮아지고 불안감을 자주 느끼는 경향이 있으므로, 긍정적인 정서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약만큼 중요합니다.
결론적으로, 치매약은 무작정 먹는다고 효과를 보는 것이 아닙니다. 정확한 진단, 꾸준한 복용, 보호자의 적극적인 관찰과 지원, 그리고 필요 시 적절한 보조 약물과 영양제의 활용이 하나로 연결되어야 비로소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를 향한 꾸준한 관심과 사랑입니다. 치매는 혼자 싸울 수 있는 질환이 아니며, 가족 모두가 함께 싸워야 하는 질환임을 기억해야 합니다.